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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치 요리(2)  

 

오조오니(お雜煮)

정월(正月) 1월1일이면 우리나라에서는 떡국을 끓여 조상님들에게 공양하는 차례(茶禮)를 지낸다. 그리고는 가족들이 둘러 앉아 맛있게 나누어 먹는데, 이런 떡국과 같은 음식을 일본에서는 오조오니(お雜煮)라고 한다. 앞 글의 사진에 보이는 음식들이 반찬이나 술안주용이라면 오조오니는 무로마치(室町時代, 1336-1573) 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떡국과 같은 밥에 해당하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멥쌀로 가래떡을 만들어 조금 딱딱하게 굳힌 후 얇게 썰어 대개 쇠고기 국물에 푹 끓인 후 여러 고명을 얹어 내는 것이 일반적인 떡국이다.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모치(餠)"라고 부르는 떡의 총칭이 찹쌀로 만든 떡이므로, 당연히 오조오니에 들어가는 모치는 찹쌀떡이다.

겨울이 되면 슈퍼마켓에서는 우리처럼 조금 딱딱하게 굳은 떡을 팔기 시작하는데 어느 슈퍼이건 꼭 두 종류의 찹쌀떡을 진열해 놓았다. 한 입에 먹기에는 좀 큰 사각형 모양(角餠)과 둥근 모양(丸餠)의 떡이다. 나는 주로 사각형의 떡을 사서, 살짝 불에 구우면 조금 탄 자국이 생기면서 겉은 말라서 딱딱해지지만 속은 몽실몽실해져서 조금씩 뜯어먹는 맛을 즐긴다. 그러다 가끔은 무슨 찌개 요리를 할 때 굳은 떡을 넣으면 푹 퍼져서 뜨뜻한 국물과 같이 먹으면 추위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이 이렇게 평상시에 즐겨 먹는 모치가 1월1일 아침 오조오니라는 이름으로 각 가정의 식탁에 등장하는데, 모치의 모양부터 시작해서 여러 종류의 고명, 국물의 맛 등 참으로 다양한 지방색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배를 따뜻하게 한다. 일본인들도 이런 다양함을 신기하게 여기는 것 같다.

12월 말 어느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대개 사각형의 모치를 동쪽 지방, 둥근 모치를 서쪽 지방에서 오조오니에 넣는다고 여겨지는데, 실제로 어느 지역이 그렇게 나누어지는 경계선이 될까 조사를 하였다. 조사의 결과는 전체 일본의 가운데쯤에 있는 시가현(滋賀縣)의 산토오쵸(山東町) 카시와바라(柏原)라는 곳에서 사각 모치로 오조오니를

붉은 색 지역이 혼재한 곳이다.

같은 동네에서도 이렇게 각각.

만드는 집이 있는가 하면, 바로 옆 집에서는 둥근 모치로 만든다고... 그 동네를 제외한 東西의 다른 마을에서는 사각 모치나 둥근 모치만을 사용하는데 이 동네만이 예전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 그런지 이렇게 섞여있다고 한다.

모치의 모양으로도 東西의 차이가 있고, 국물 맛으로도 동서의 차이는 있다. 토쿄(東京)을 중심으로 한 동쪽에서는 가다랭이와 다시마, 간장으로 맛을 우려낸 투명한 "스마시지루(すまし汁)"이고, 교토(京都)를 중심으로 한 서쪽에서는 하얀 색의 된장인 "시로미소(白 みそ)"로 국물 맛을 낸다.그리고 고명도 지방마다의 특산물을 사용하는 경향이기 때문에 다양하다.각 지역마다 일반적으로 위에 보이는 재료들을 사용해서 오조오니를 만드는데, 먼저 야채, 새우, 닭고기 등은 한 번 익혀 놓고,

칸토오(關東) 지방의 오조오니 예.

모치는 뜨거운 물에 살짝 익히거나, 불에 구워 말랑말랑한 상태로 만든다. 각각의 국물을 만들어 놓고, 그릇에 모치를 넣고 그 위에 다른 고명 재료들을 얹은 후 뜨거운 국물을 붓는다. 우리의 떡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조오니는 떡국처럼 아무 때나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1월1일 각 가정에서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이런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컵라면과 같은 "컵 오조오니" 제품이 연말에 보이기도 한다.

 

나나쿠사가유(七草がゆ)

정월의 오세치 요리를 위한 재료 판매가 끝나고 새해가 되면, 슈퍼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나나쿠사가유(七草がゆ) 재료들이다. 가운데 사진에서 보면 스즈나(すずな 순무) 하코베(はこべ 패랭이) 나즈나(なずな 냉이) 호토케노자(ほとけのざ 광대나물) 세리(せり 미나리) 고교오(ごぎょう 쑥) 스즈시로(すずしろ 무)로 일곱 가지 봄에 나는 나물들이다. 

이 것으로 1월7일 아침에 해 먹는 죽인데 헤이안시대(평안시대, 794-1192)부터 먹어왔다고 한다. 당시에는 새해를 맞아 이 죽을 먹으며 나쁜 액을 떨구는 일종의 의식이었는데, 현재에는 단지 1월1-3일 동안 갑자기 많이 먹어 좀 부담스러워진 위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1월1일부터 일본에서는 "신춘(新春)", "영춘(迎春)"이라는 말을 쓰며 봄이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예전이라면 정말 1월1일에는 이런 야채를 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나라의 행사를 양력으로 바꾼 1873년(明治6年) 이전에는 음력으로 정월을 맞이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1월 말이나 2월이어서 나물 구하기가 가능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지금이야 온실에서 재배한 나물들을 먹으며 봄을 기다리기...  

슈퍼에서 보니 신선한 나물을 진열한 곳도 있고, 아예 죽 만들기에 편하라고 썰어서 말린 제품도 있었다. 그래도 싱싱한 것이 제일이지 라는 생각에 한 묶음을 사서 죽을 만들었다. 향긋한 내음이 좋긴 하지만 여지껏 죽에다가 이런 나물을 넣어본 적이 없어서 맛이 이상해지면 어쩌냐 싶어 잣도 갈아 넣었다. 소금 간을 한 잣죽에 나물을 잘게 썰어 넣고 한 소끔 끓인 후 그릇에 담아보니 향이 너무 좋았다. 나물만 있다면 종종 해 먹어도 좋을 정도로 맛잇는 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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