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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우뭇가사리의 맛  앙미츠( あんみつ)

 

요즈음 내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이 앙미츠(あんみつ)이다. 식사처럼 배를 부르게 하지는 않지만, 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침이 꿀꺽! 안 사먹고 버티다간 하루 종일 이것만 생각할 것 같아서, 반찬거리 하나 빼고라도 사 들고 들어오면 하루가 흐뭇하다.

TV를 켜고, 편하게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앙미츠를 한 입 넣으면, 단팥과 검은 설탕 시럽의 단 맛이 혀끝에서부터 서서히 화~하고 퍼지면서, 사각형으로 자른 우무 덩어리가 입 안에서 조금 오돌오돌 돌다가 미끄러질 듯 하면서 톡 씹히는 순간! 이 한 맛으로 무더운 여름이 두렵지 않다! (그러나 거울을 보면 걱정되는 부위가 늘어나는 것 같다)

앙미츠이다. 흰 사각형이 우무이고 검은 점은 붉은 완두콩, 뒷편의 검은 덩어리는 단팥, 그리고 그 옆에 과일과 규희, 옆으로 검은 액체는 흑설탕 시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이면 우무 덩어리를 길고 얇게 썰어 팔며, 반찬처럼 간장 양념에 무쳐먹는다. 전에는 이 것을 사오면 도대체 무슨 맛에 먹나, 짠 양념 따로 조금 떫은 맛 따로 따로 노는데, 뭐 별로 시원하다는 생각도 안들고... 그런데 일본에 오니 여기저기서 우무가 보이는데 어째 우리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반찬이라기 보다는 여름철 후식에 가깝다고나 할까.

중국에서부터 먹는 법이 건너온 우뭇가사리(일본에서는 텐구사라고 한다. 天草)를 물에 끓이면 걸죽해지고 식으면서 굳어지는데, 이 덩어리를 두 가지 모양으로 썬다. 길고 얇게 썰은 것은 토코로텐(心天, 心太)이라고 하며, 그대로 말리면 한천(寒天)이다.

어느 라면 가게에서 후식으로 파는 앙미츠로 소프트아이스크림과 흰 찹쌀단자, 단팥이 들어있다.

 

그리고 작은 사각형으로 자르면 미츠마메(みつまめ)라고 부르며 앙미츠에 사용한다. 사실 이름이야 뭐 그리 중요하랴, 두 가지 모양으로 썰은 우무는 대개 오키나와현에서 생산되는 검은 설탕(黑砂糖)으로 만든 시럽(쿠로미츠라고 부른다. 黑蜜)을 얹어서 먹는다. (워낙이 설탕처럼 단 것을 좋아하는 나라니 어쩔 수가 없다)

아주 옛날에는 어떻게 먹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현재와 같은 형태의 우무 음식의 원형이 1900년(明治33년)경에 토쿄(東京)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에는 길거리에서 이동이 쉬운 수레에 지붕을 만들어 비를 피하며, 여러 음식들을 파는 장사(야타이, 屋臺, 우리나라의 포장마차)들이 있었는데, 어느 수레에서 배 모양의 찹쌀떡에 삶은 완두콩을 넣고 시럽을 뿌려준 음식을 팔고 있었다.

슈퍼에서 파는 앙미츠의 세 종류. 맨 왼쪽의 것은 100엔으로 우뭇가사리와 단팥, 올리고당이 들어있다. 가운데는 350엔으로 우뭇가사리, 단팥, 완두콩, 과일, 시럽, 규희가 들어있다. 오른쪽은 230엔으로 우뭇가사리, 완두콩, 과일, 시럽만이 들어있다. 그래서 사실 이름이 미츠마메이다.

 

그 모양을 본, 아사쿠사(淺草)라는 지역의 "舟和"라는 와가시(和菓子) 가게의 주인이 1903년 경에 미츠마메를 넣어 새롭게 상품화하였다. 우무 외에 콩, 과일을 좀 썰고, 시럽을 뿌린 것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음식이어서 소위 하이칼라(high collar)들만이 먹었고, 이 것만을 먹을 수 있는 찻집이 따로 생겼는데 "미츠마메 홀"이라고.

그 이후로 여러 재료를 넣은 미츠마메들이 나타났고, 이름도 가지 가지다. 기본적으로 미츠마메(사각형의 우무)에 흑설탕 시럽, 소금을 넣고 삶은 붉은 완두콩(赤えんどう豆), 규희(求肥)라는 찹쌀떡 조각을 넣으면 "미츠마메"라고 하며, 이 기본에 단팥(앙코, あんこ)이 들어가면 "앙미츠", 앙미츠에 아이스크림을 얹으면 "크림 앙미츠", 과일이 들어가면 "후르츠 앙미츠", 녹차가루를 얹으면 "맛챠앙미츠(抹茶)", 희고 둥근 찹쌀단자를 넣으면 "시라타마앙미츠(白玉)" 하여간 참 많이도 생각해냈다. 이렇게 발전하다가, 아마 팥빙수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이 것을 본딴 것 같다.

이렇게 미츠마메나 앙미츠라고 부르기도 하고, 토쿄의 아사쿠사 어느 곳에서는 "마메칸(豆かん, 豆かんてん의 줄임말)"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수퍼에 가보면 두 종류가 들어와 있다. 마메칸은 단순하게 우무와 시럽, 완두콩만이 들어있다. 너무 들은 것이 없어서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씹다보면 우무의 감촉과 붉은 완두콩의 담백함, 그리고 시럽의 단맛과 향기가 부드럽게 잘 어울린다. 한 번 먹다보니 자꾸 이 제품, 저 제품 찾아서 사게 되서 탈이긴 하지만, 정말 우무를 초간장 양념에 먹는 것보다는 이렇게 먹는 것이 훨씬 맛있고, 팥빙수와는 다른 시원함을 느끼기 때문에 당분간 손을 뗄 수가 없을 것 같다.

우뭇가사리, 완두콩, 시럽만이 들은 마메칸.

참고로 왼쪽의 사진은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생산되는 붉은 완두콩이다. 그리고 이 콩을 소금을 넣은 물에 삶아, 찹쌀떡을 만들 때 같이 반죽해서 하면, 오른쪽 처럼 "다이후쿠모치(大福餠)"이 된다. 콩이 씹히는 맛이 있어서 그냥 모치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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