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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이야기(1)

 

누군가는 커피 향내를 맡으면 편안해진다고 하는데, 나는 빠알갛게 잘 익은 사과를 크게 한 입 와사삭 씹어, 입안에 시고 단맛이 퍼지면 후우~ ~ 더 이상 아무 생각없이 행복하다. 지금까지 내게 있어서 어느 밥 반찬보다 맛있는 "음식"이 사과이다. 그리고 그 외 과일들도, 과일을 먹기위해 밥을 후다닥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이런 내게 일본의 슈퍼에서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역시 사과, 과일들이다.

현재 일본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1871년(明治4)에 미국에서 건너온 "서양 사과(西洋りんご)"의 계통들이다.
그 이전에는 에도시대(江戶) 중국에서 들어온 직경 3-4cm의 작은 사과들이 "와링고(和リンゴ)"라고 불렸다.
그러나 현재에는 거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나가노현(長野縣 上水內郡 牟禮村)의 한 곳에서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메이지 시대(明治1868-1912)가 되면서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한편 지금까지 사람이 별로 살지 않던 동북쪽의 땅들을 개척하여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결국에는 전 영토에 대해 천황의 지배력을 넓히려고 하였다. 새로운 땅을 개발하기 위해 1871년경 홋카이도개척사(北海道開拓使, 黑田淸隆)가 미국을 방문하여 여러 지식을 얻어듣고 돌아오면서, 사과, 서양배, 복숭아, 포도 등 75품종을 들여왔다.

이 묘목들은 우선 토쿄에서 시험재배를 하다가 1872년 홋카이도로 보내졌고, 1874년 이후 전국에 배포되었으며, 그중 사과는 나가노현이나 동북쪽 지방의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는 결론을 얻었다. 1875년 북쪽의 아오모리현(靑森縣)에 세 그루의 묘목이 배포되어 이 지역 사과 과수원의 시초가 되었으며, 벼가 잘 자라지 않는 대신 사과를 생산하여 돈을 벌어들일 수 있으니 사과는 이 지역의 중요 산물로 자리잡게 되었다.

1931년 아오모리현의 사과시험장(靑森縣りんご試驗場)이 설립되어, 서양 품종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본산 품종"을 지금까지도 만들어내고 있으니, "사과(林檎, りんご)"하면 동북지방의 "아오모리현(靑森縣)"이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에 들어온 홍옥과 국광은 사과의 여러 품종 중에서도 대표가 되어 인기를 얻었으나, 1963년 고도 성장의 시기, 바나나의 수입 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서서히 시들기 시작하였다. 이를 대체하여 1960년대 후반 잠시 예전부터 있던 "인도(印度)"라는 품종의 생산이 늘었지만, 이 또한 "후지"에 밀려나갔다. 1969년 아오모리현에서 국광을 대체하는 품종으로 후지를 도입하였고, 재배 면적이 급속히 늘어 국광 이후 잠시 인기있던 델리셔스 계통을 제치고 1982년 드디어 후지가 생산 제1의 품종이 되었다. 현재 후지가 전체 생산의 50%정도 된다고 한다. 이런 역사를 보면 시기적으로는 늦어도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비슷한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코오교쿠(홍옥, 紅玉, jonathan)는 1826년 미국의 뉴욕州 어느 과수원에서 발견되었으며, 일본에는 1871년(明治4년) 도입되었다. 그리고 1900년 "코오교쿠"라고 이름지어졌다.

신맛이 좋은 홍옥은 "홍"자만 들어도 입에 침이 도는데, 현재는 예전보다 생산량이 많이 줄어서 슈퍼에서 두세 번 진열된 것을 보고나면 끝이다.

그리고 같은 홍옥인데도 아오모리현에서 나온 것은 표면이 검붉으며 신맛이 강하고 값도 비싸다(한 개에 300엔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나가노현에서 나온 것은 예쁜 빨강색에 신맛이 좀 덜 하며 값도 약간 싸다.

츠가루(津輕, つがる)는 가을이 되어서, 슈퍼에서 보면 대개 9월중순쯤, 사과가 나오기 시작한다 싶은 때 눈에 뜨이는 품종이며, 잠시 있다가 10월중순이면 끝이 나니 사실 그 맛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기록으로 본다면, 아오모리현의 사과시험장(靑森縣りんご試驗場)에서 1930년 미국의 골든델리셔스(Golden Delicious)와 정확하지 알려지지 않은 품종과 교배해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 1970년(昭和45년)에 "아오리 2호(靑
り2號)"라는 일시적인 명칭이 붙여졌고, 1973년 정식으로 "츠가루"로 정해졌으며, 1975년 종묘등록(種苗登錄)이 되었다.

그리고 이 품종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8월쯤에 먹을 수 있는 "파란 사과, 아오리 사과"가 되었다.
원래는 9월쯤에 수확해야 하는 것을 그 이전에 자연적으로 잘 떨어지기 때문에 아예 덜 익은 상태에서 따서 판매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츠가루 품종이 다 익기도 전에, "파란" 상태에서 출하된 것을 보지 못했다. 대신 가장 빠르게 8월에 수확을 하는 것이 있는데, 초창기에 미국에서 들여온 "이와이(祝)"라고 하는 품종의 파란 사과이다.

파란 사과 "이와이"

콧코오(국광, 國光)는 사실 일본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저 말만 들었을 뿐.
그러나 어느 사과보다도 나와 같이한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어릴 적, 구깃구깃한 누런 종이 봉투에 담겨진 국광을 꺼내들며 좋아하던... 언니들과 경쟁해서 한 조각이라도 더 먹으려고 애쓰던 내 모습이 "국광"이라는 말 속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난 어릴 때, 이름이 좀 발음하기 힘들었지만 국광이 우리나라의 사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 이런 이름이 붙여진 때는 1900년(明治33년), 당시 황태자였던 타이쇼덴노(大正天皇 1912-1926 재위)의 결혼식을 기념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國光... 천황의 중앙집권으로 나라가 더욱 번영하기를 기원한 것인가... 홍옥도 이 즈음에 붙여졌다는데, 강렬한 빨강색이 혹시 일본 국기의 문양인 히노마루(日の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뭘 모르고 먹을 때가 맛있었네...

*** 참고
히노마루(日の丸)는 일본의 국기에 사용된 문양을 의미한다. 하얀 바탕에 빨간 원.
그리고 이것이 그려져서 국기라고 할 때는 닛쇼오키(日章旗)라고 부른다.
아주 예전부터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특히 에도시대 사츠마반(薩摩藩, 현재 카고시마현 鹿兒島縣 주변)에서 해외교역용 깃발로 사용하였다. 이것을 開國(1853년 이후)을 하면서 에도 바쿠후(江戶幕府)에서 商船을 구별하기 위해 정식으로 채용하면서 지금까지 사실상 일본을 나타내는 국기가 되었다. 그리고 1999년 법을 정하여 정식 국기로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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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나골드(Jonagold)는 슈퍼에서 츠가루가 들어가고 많이 보는 품종이다.
사실 내가 사는 곳이 아오모리현이라면 더 많은 품종을 접할 수 있겠지만, 늘 가는 슈퍼가 전국 체인점이어서 생산량이 많은 것을 대량 구입해서 진열하는 것 같아 좀 단순하다.
처음 이 사과를 보았을 때, 아니 만져 보았을 때 무척이나 찐덕거려서 놀랐다. 사과라면 왠지 "상큼한" 느낌이어야 하는데, 표면이 번질번질 끈적끈적해서 별로 먹고싶은 생각이 안든다.

그래도 보면, 수확하고 얼마되지 않은 것은 덜한데, 슈퍼에서 진열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더욱 기름기가 도는 것 같다.

(이 기름기는 사실, 사과가 숙성하면서 리놀酸과 올레인酸이 증가하는데, 이것이 껍질에 있는 메리신酸과 노나코산 이라는 고형물질을 녹이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 품종은 1943년 미국에서 만들어져서, 1970년 아오모리현 바로 밑에 있는 아키타현(秋田縣 果樹試驗場)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한다.


                              후지

후지(ふじ)는 겨울이 지나 봄이 되도록 볼 수 있는 품종이어서 "사과"하면 "후지"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늘 뭔가가 부족한 듯, 좀 불만이다. 다양한 맛의 사과를 즐기고 싶은데 후지만 먹으라고 강요당하는 기분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신맛과 단맛의 균형이 좋고 모양도 예쁘고 저장도 오래 되고, 가장 좋기는 재배가 쉽다는 것 때문에 소비자와 생산 농가 모두에게 사랑을 받아서 제1의 품종이 되었다.
슈퍼에서 보면 "후지"라고 이름이 붙은 것이 있고, "산 후지(サンふじ)"라는 것도 있다. 같은 품종이지만 "산 후지"는, 일본어 발음 때문이지만, "Sun 후지"로 봉투를 씌우지 않고 햇빛을 그대로 받고 키운 것이다.


                       Sun 후지

봉투를 씌우면 표면 빛깔이 골고루 예쁘게 물들지만, 대신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산 후지(サンふじ)"는 겉보기는 좀 떨어져도 당도도 더 높고, 반으로 쪼개 보았을 때 가운데 부분에 투명하면서도 황금빛이 도는 과일의 당분(糖蜜)이 몰려있기 때문에 그 어느 사과보다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가격도 그냥 후지는 요즘 1개에 100엔 정도이고, 산 후지도 100엔 정도 하지만 비싼 것으로는 아오모리産 산 후지가 한 개에 300엔 하는 것을 보았다.

후지는 아오모리현 후지사키쵸(靑森縣 藤崎町)에 1938년 세워진 동북원예시험장(東北園芸試驗場)에서 만들어졌다.
여기서는 1939년부터 사과의 신품종 육성을 시작하여,

묘목이 자라 1951년 처음으로 열매를 맺은 한 품종(델리셔스와 국광 교배종)을 1958년 "토호쿠 7호(東北7號)"라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1962년 드디어 "후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이 지어진 說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제1의 사과가 되라고 일본에서 제일 높은 후지산(富士山)의 후지, 품종이 만들어진 지역인 후지사키쵸(藤崎町)의 후지, 그리고 당시 미인 배우였던 야마모토 후지코(山本富士子)의 후지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어느 것이건 정확하지 않으니 굳이 富士라고 한자로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사"라고 부르는데 어찌 해야 하나...  


사진이 좀 진하게 나왔지만 예쁜 분홍 빛깔이다.

무츠(むつ, 陸奧)를 이야기할 때 난 " 내사랑 무츠"라고 표현한다.
사과 하나 먹으면서 호들갑이라 할 수도 있지만, 후지 사과 한 상자와 무츠 한 개가 있다면 난 당연히 무츠를 골라 집는다. 양은 적어도 한 입 한 입 씹으며 느끼는 생각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무츠를 처음 먹은 때는, 오사카에서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아오모리産 사과가 배달되는 통신판매를 신청하고 나서다. 주로 신맛이 나는 사과만을 주문했는데, 첫 회에는 홍옥을 실컷 먹었다.
그리고는 처음 보는 무츠가 도착했다. 맛 이전에 어쩜 그리도 빛깔이 고운지... 사과는 빨갛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것은 약간 붉으면서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듯한 분홍빛이 돈다.

조금 길쭉한 모양새에 밑부분은 좀 덜 익은 것처럼 옅은 누런빛도 나지만 전체적으로 화사하게 웃고 있는 사과 !
참으로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과다.

먹기 아깝지만 껍질을 까면 다른 사과와는 달리 속살이 좀 하얗다. (이것도 수확해서 얼마 안된 것이 그렇고, 오래 되면 조금 누렇게 변하면서 푸석하다)

한 입 씹으면... 홍옥이나 후지보다 더 단단하면서 과즙도 좀 적다. 그러나 입안에 가득 담겨진 향과 맛은, 그동안 잊어 버리고 살던 기억들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할 정도로 풋풋한 신선함이다. 홍옥보다 덜 시고, 후지와 비슷한 단 맛이면서 좀 쓴 맛이 있는 듯, 아삭아삭 씹을 때의 느낌은 마치 방금 캔 감자나 고구마를 씹는 것처럼 혀끝에 전분이 느껴지는 서걱함이 좀 있고, 파란 사과의 뒷맛이 나기도 하는 "젊은 맛"이다.

먹으면 먹을수록 회춘한다고나 할까... 늘 열심히 아무 생각없이 돌던 쳇바퀴에서 벗어나, 우리 문을 열고 파란 하늘을 지고 있는 들판으로 마구 뛰어가, 아스라한 기억의 꽃들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든다. 그 때 이런 빛깔로 하늘거렸는데...

무츠는 1948년 아오모리현 사과 시험장(靑森縣りんご試驗場)에서 골든 델리셔스와 印度라는 품종의 교배로 만들어졌다. 예쁜 빛깔로 물들기 위해서 봉투를 세겹이나 씌운다고 한다. 재배가 까다로와서 생산량이 적은지 하여간 무츠는 고급 사과라고 여겨진다. 슈퍼에서 판매대에 후지처럼 한가득 쌓아놓고 팔기 보다는, 냉장 설비 속에서 표면 보호망에 쌓여 몇 개만 놓여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한 개에 400엔 정도 한다.

알프스오토메(アルプス乙女)는 무슨 동화속에 나오는 사과같다. 이름도 "알프스의 아가씨"라고 하니, 예전 TV 만화로 나온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동글 동글 귀여운 모습 그대로라고나 할까.

예전에 어느 곳의 관광 상품 파는 가게에 갔더니, 문앞에 커다란 나무 등걸의 속을 파서 시원한 물을 흐르게 해 놓고 이 사과를 둥둥 띄워놓았는데, 처음에는 실제 사과인지 장식용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보통 사과의 무게가 300g정도인데 이것은 40g정도로 마치 어린 아이의 주먹만하고, 껍질을 깔 필요도 없이 두 세번 정도 베어물면 다 먹는다. 10월에 한 두 번 슈퍼에서 보면 끝이다. 그러나 가끔 보이는 곳이 있는데, 오마츠리야타이(お祭り屋台, 축제 때에 들어서는 포장 마차)에서 색소를 넣어 빨갛게 만든 설탕물을 이 사과에 묻혀 굳힌 "링고아메(りんごあめ)"로 만들어서 2-300 엔에 팔기도 한다.

알프스오토메는 1964년 나가노현(長野縣 松本市)의 어느 과수원에서 우연히 후지와 홍옥 사이에서 생긴 품종이다.
이름이 알프스인 것은, 이 지역의 산들이 높고 경치가 좋은 것을 진짜 알프스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어느 등산가가 붙였고,
여기서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알프스오토메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배(梨)의 품종은 일본산이 200 여종, 중국 배는 40 여종, 서양 배는 3000 여종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일본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은 껍질이 좀 붉은 계통(赤梨)이 12품종, 푸른 계통(靑梨)이 6 품종, 그리고 서양배가 3 품종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슈퍼에서 제일 많이 보는 것은 주로 우리가 신고배라고 부르는 "니이타카나시(新高梨)"와 " 니쥿세이키나시(二十世紀梨)"이다.

니이타카나시(신고배, 新高梨)는 1915년 원예학자인 키쿠치아키오(菊池秋雄) 박사가 니이가타현산(新潟縣産)의 天の川라는 품종과 코오치현산(高知縣産)의 今村秋라는 품종을 교배해서 만들어낸 품종이다.
1922년 처음으로 열매가 열렸고, 1927년 두 현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新高梨라고 이름지은 것이다.

니쥿세이키나시(二十世紀梨)는 1888년 치바현의 마츠도시(千葉縣 松戶市)에 사는 한 소년, 마츠도카쿠노스케(松戶覺之助)가 친척집의 쓰레기장 근처에서 자란 작은 배 나무(교배된 품종은 알려지지 않았다)를 우연히 발견하여,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과수원에 옮겨 심어 키운 데서 시작한다.
1898년(明治31년) 첫 열매가 열렸고, 지금까지 있던 배와는 달리 동그랗고 껍질의 색깔도 옅은 녹색으로 예쁘고 단 즙도 많이 있어, 이를 본 農學士인 와타세토라지로(渡瀨寅次郞)에 의해 二十世紀梨라고 이름 붙여졌다.

지금 들으면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의아한데, 당시에는 서력이나 세기라는 개념이 없이 "메이지 몇 년"이라고 하던 시대에, 남보다 앞서 서양식 교육을 받은 이 학자가, 앞으로 이 배가 인기를 얻어서 다가오는 20세기에 더욱 번창하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고 한다.

하여간 이런 이름과 겉 모습이 어딘가 어벙벙한 것이 신기해서 사 먹어보니, 신고배와 맛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과즙은 더 많다는 느낌이다.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한 입 씹으면 과즙이 넘치며 정말 시원하다.

슈퍼에서 9월쯤에 잠시 보고 나면 어느새 들어가고 신고배가 10-11월에 진열된다. 진열대에는 어디어디 (産)산이라고 쓰여있는데, 이것은 주로 톳토리현(鳥取縣)이다. 1904년 토토리현의 키타와키에이지(北脇永治)라는 사람이 전격적으로 마츠도카쿠노스케의 과수원에서 묘목을 구입해 재배를 시작하여 주위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품종을 재배했지만 이곳이 재배에 가장 좋은 기후 여건을 갖추고 있어서 지금까지 이 현의 주산물로 성장했다. 일본 전체에서 이 품종의 수확량의 반을 이곳에서 생산한다니,
슈퍼에서 톳토리산 니쥿세이키나시만을 보는 것이 당연하다.  

냉장고 속에 숨겨놓은 애인, "무츠"를 살짝 들여다 보노라면 아오모리현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997년 여름, 오사카(大阪)에서 북쪽의 해안선을 따라 첫날 니이가타현(新潟縣)까지 가고,
다음날 더 북쪽으로 야마가타현(山形縣)과 아키타현(秋田縣)을 지나 맨끝 아오모리현(靑森縣)까지 달려갔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이 지역의 상징으로 "츠가루의 후지산(津?富士)"이라고 별칭이 있는 이와키산(岩木山, 1625m, 불뚝 솟아오른 산 아래의 평지에는 사과밭이 널리 퍼져있다 ) 근처의 오토캠프장을 찾아 어느 좁은 산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길옆의 작고 허름한 집 마당에 3-4층 건물 높이만한 커다란 나무가 떡 버티고 있는데, 올려다 보니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원 세상에... 여지껏 사과나무라면 과수원에서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크게 옆으로 좀 퍼져서 자란 나무만 보았기 때문에 원래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나무에 손을 대지 않으면 크고 싶은 만큼 커지는 것이 당연하지...
가는 길이 바쁘지만 않았으면 잠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을 텐데...
지금까지도, 몇 분의 여유를 즐기지 못한 그 때가 후회스럽고, 진짜 사과 "나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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