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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라노미소즈케(さわらの味そ漬け)

 


일본 된장에 절인 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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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직면하는 큰 문제는 바로 그 나라 음식이 입에 맞느냐 안 맞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집에서 고추장과 김치를 먹는다고 해도 하루 중의 한 끼는 대개 밖에서 먹게 되니 음식에 적응을 못하면 그 때부터 사는 것이 피곤해진다.  
그래서 일본 음식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밖에 나갈 일만 있으면 돌아오는 길에 근처의 백화점에 들러서 지하 식품점을 한 바퀴씩 돌아보았는데   어느새 그 것이 취미가 되다시피 했다. 우리나라 백화점의 지하 식품관에 가면 대개 신선(新鮮) 식품과 공산품이 주류를 이루는데,  일본은 그 외에 전국 각지의 유명한 반찬 가게(회사)의 매장이나 판매대가 많이 있어서 여기 저기 둘러보며 한 조각 씩 시식(試食)을 해 보는 재미가 좋다.

물론 맛있어 보이는 것은 한 두 번 사 먹어 보기도 했는데, 늘 궁금해하면서도 저걸 어떻게 먹을까 하는 생각에 쳐다만 보고 지나간 음식이 있다. 이름하여 "사와라노미소즈케(さわらの味そ漬け, 삼치를 일본 된장에 절인 것)".  

사실 처음 이 음식을 보았을 때는 이름도 몰랐다. 보기에 그저 날 생선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미소(일본 된장)로 보이는 것으로 양념을 한 것 같은데... 사실 우리나라에도 고추장이나 된장에 절인 야채류와 게장이나 다른 젓갈류가 있으니 이 음식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이건 그냥 날로 먹기에는 생선 덩어리가 너무 커서 영.... 아무리 사시미(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좀 심한 것 같았다.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흘낏 쳐다보고만 지나갔는데,   어느 날 N아줌마네 집에서 밥을 먹으며 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이름을 모르니 한참 모양을 설명하며 나의 이런 생각을 말하니, 아줌마가 너무나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대고 웃으며, 아마도 우리나라의 게장 때문일 것이라며(아줌마도 이전 어느 한국인의 집에서 한 번 게장을 먹어보았기 때문에 게장을 안다)  자기도 외국인이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러더니 직접 삼치를 사다가 미소 양념을 발라 주면서 집에 가져가 하루 이틀 정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구워 먹으라고 가르쳐주었다.

맛이 어느 정도 배었다 싶은 시점에 흐르는 물에 미소를 조금 씻어내고 후라이팬에 구우니 그 맛이 독특했다. 생선 자체의 맛은 거의 사라지고 미소와 비린내를 없애려고 넣은 술(酒)맛이 좀 강했다.   그래도 일본인들이 이런 식으로 생선을 보존식(保存食)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신기했다.  


미소에 절인 생선을 예쁘게 개별 포장해서 통신판매를 하기도 한다.

"사와라노미소즈케"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사와라(삼치)를 일단 배를 갈라 반으로 자르고 다시 서너 토막 정도로 자른 후,  미소와 술(淸酒), 미림(みりん) 그리고 설탕을 살짝 넣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맛"이 나오면   그 양념을 삼치 덩어리에 적당히 발라 꼭꼭 잘 재워 넣고, 약 7-10일 후에 양념이 배면, 미소를 씻어내고 구워 먹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음식을 백화점에서 파는 가격을 보면 사 먹기에 좀 망설여진다. 삼치 한 덩어리에 대개 500-700엔 정도 하니 도대체 누가 사는지... 삼치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한 마리에 약 2000원이 넘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미소에 절인 삼치 한 조각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5000-7000원 하니...  

그러나 어떤 면에서 자신이 만든 것보다 사 먹는 것이 더 맛있기도 하다. 이런 절임류를 몇 십 년을 두고 만들어 온 가게(회사)들만이 가지고 있는 비법은 절대 공개되지 않고  자신들만의 자랑, 자존심으로 지켜져 왔기 때문에  그 묘한 맛을 아는 사람은 꼭 그 가게의 것만 사게 되는 것이다.    한 백화점에도 그런 의미에서 이런 판매대가 두 세 군데 있기도 하는데, 어느 가게는 이 음식을 "사와라노사이쿄오미소즈케(さわらの西京味そ漬け)"라는 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시로미소.

절임 재료로 제일 중요한 것이 미소인데,  여러 지역의 미소 중에서도 쿄토(京都)에서 만든 미소로 만들었다고 해서 굳이 "사이쿄오(西京, 일본에서 메이지유신 이래로 수도가 東京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이전의 수도였던 京都는 東京에서 보면 서쪽에 있어서 이렇게 불렸다)"라는  말을 앞에다가 붙인 것이다.  
예전부터 쿄토에서는 천황에게 진상(進上)할 정도로 맛있는 미소를 만들어왔으며, 그 중에서도 "시로미소(白味そ)"에다가 여러 가지를 첨가해서 육류와 여러 생선(대구, 연어, 고등어, 참치 등)의 절임 양념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아카미소.

쿄토라는 도시의 자존심이 있어서 그런지 슈퍼에서 보면 "사이쿄오시로미소(西京白味そ)"는 다른 지역의 시로미소보다 조금 가격이 비싸다.
이 시로미소는 조미료처럼 쓰이기 때문에 염분이 낮고 향기와 단맛이 나며, 광택이 있는 담황색이다. 대개 미소라고 하면 조금 짙은 밤색의 아카미소(赤味そ)를 생각하게 되는데, 아카(赤)미소는 주재료인 大豆를 찐 (찌게 되면  콩의 색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가 그대로 콩에 남아있어서  나중에 밤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미소라는 이름 앞에 赤자를 붙임) 후에 소금과 쌀의 누룩을 섞어서 발효시킨다. 이에 반해 시로(白)미소는 大豆를 물에 삶은 (삶으면 색소가 다 물로 빠져 나와서 옅은 황색이 된다) 후에 소금과 누룩을 넣어서 발효한 것이다.  

그 옛날,  이렇게 만들어진 시로미소와 아카미소에 여러 재료를 넣어서 절임 양념을 만들어,  육류나 생선류를 절이면 훌륭한 보존식이 되어,  바닷가 근처뿐만 아니라 육지 안쪽의 사람들도 생선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던 것이다.  (20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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