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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베이 (煎餠)

 

일본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센베이(센베, 전병, 煎餠)를  처음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코 흘리던 어릴 때 먹던 과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낯선 이국 땅에서의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라면땅(사실 이 것도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었다)' 외에는 별다른 과자 종류를 먹어보지 못했던 그 시절에   어쩌다가 땅콩이나 파래가 묻혀진 파삭파삭한 센베이를 먹게되면  너무나 맛있어서 옷 위로 떨어진 가루 하나까지도 손끝에 침을 묻혀서 주워먹었는데   그래도 방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가 행여 어른들의 발에 밟히면 혼나기도 하고... 그렇게 먹었던 센베이가 난 우리나라의 과자인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의 슈퍼마켓 진열대에 다양한 종류로 쌓여있다니... 그렇다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원재료도 다르고 제품명도 다른 센베이를 가끔씩 사 먹는 것을 통해서 나 어릴 적도 생각해 보고 '일본 본래의 맛'을 느껴보는 것이다.

'전병(煎餠)'이란 이름의 음식이 중국에서 기원전 20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 시기에나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음력 1월1일과 3월3일의 특별한 축일(祝日)에만 해 먹었는데,   어떤 재료를 섞은 밀가루 반죽을 조금씩 뜯어 얇게 펴서 기름에 튀긴 것이다.    이런 중국의 전병이 일본에 들어 온 때는 8세기말 9세기초(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 지금의 京都가 정치 경제의 중심인 시기) 승려인 코오보오대사(弘法大師, 774-835)가 중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이다.   이 때부터 전병은 중국에서 건너온 독특한 과자로 조금씩 알려져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 되어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제조법이 중국에서 만드는 방법과는 달라졌는데, 대략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7, 지금의 東京에 幕府가 들어서서 정치 경제의 중심이 되다) 초기까지  밀가루에 설탕과 물을 넣고 반죽한 후 증기로 찌고,   그 큰 덩어리에서 조금씩 떼어서 얇고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말린 후,  한 장씩 화로 위에서 구워 내었다고 한다.

 쌀로 만든 칸토오(關東)지역의 센베이


소카시 박물관에 진열된 센베이를 만들기 위한 도구들로 가마솥 위에 나무 시루를 얹어 쌀가루를 찐다. 어디선가 많이 본...

한편, 에도(江戶, 토쿄) 근처의 평야지대에서는 쌀 농사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특히 지금의 사이타마현(埼玉縣) 소카시(草加市) 부근의 농가에서는  논일을 하다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밀가루 전병과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내었다.   그것은 아침에 먹다 남은 밥을 으깨어서 조금 반죽을 한 후,    얇게 펴서 소금을 살짝 뿌려가면서 불에 구운 음식이다.   

처음엔 이런 서민의 음식을 밀가루 전병에 비해 하급(下級)으로 쳤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예 멥쌀을 갈아서 증기에 찌고  반죽하여 말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오래 보관도 되면서 밥 대용으로 먹을 수 있어서 점점 사람들 사이에 인기를 모으며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지역이 그 시대의 5대 주요 간선도로(幹線道路, 에도시대가 시작되면서 에도에서 출발하여 전국의 주요 지점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정비하였고, 길마다 여행객이 숙박할 수 있는 마을이 번창하게 되었다. 東海街道, 中山街道, 甲州街道, 奧州街道)의 하나인 '닛코오카도오(日光街道)'에 있는 마을이어서  오고 가는 여행객들을 통해서 이 멥쌀로 만든 음식이 에도를 벗어난 지역으로도 퍼지게 되었다.   

멥쌀로 만들어 굽고 소금을 뿌린 이 음식을 이 지역 사람들은 '시오센베이 또는 시오센(鹽せんべい, しおせん)'이라고 불렀으며,  더 나아가 찹쌀로 만든 것은 '아라레, 오카키(あられ, おかき, 또는 크기에 따라서 작은 것이 아라레, 큰 것이 오카키라고도 함)'라고 어느 사이에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간장(醬)의 제조에 따라 소금 대신에 간장을 조금 발라 굽는 방법도 생겨서 토쿄(東京)를 중심으로 한 칸토오(關東)지역의 사람들은  주로 밀가루보다는  '쌀로 만든 새로운 전병'에 입맛을 길들이게 된 것이다.

 밀가루로 만든 칸사이(關西)지역의 센베이


밀가루 센베이의 포장된 모습

한편 쿄토(京都)나 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한 칸사이(關西)지역에도 예전부터 근근히 밀가루로 만든 전병이 내려왔는데, 메이지5년(明治時代, 1868-1912, 1872년) 코베(神戶)에서 장사를 하는 吉助라는 상인이  楠木正成이라는 장군의 혼령을 모시는 신사(神社)의 준공에 맞추어,  자신이 존경하는 장군의 높은 공적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기와(瓦, 절이나 신사를 새로 지을 경우 사람들이 기와를 공양하는 풍습이 예전부터 있었다) 모양에 장군의 모습을 넣어 '카와라센베이(瓦せんべい)'라는 것을 만들어 내었다.  밀가루에 계란과 설탕을 넣고 섞은 것을 철판으로 만든 틀에 조금씩 부어서 구워낸 과자이다.

'카와라'라는 이름 이외의 센베이 중에는 철판에 밀가루액을 조금 흘린 후 낙인을 찍듯이 철로 만든 도장을 지긋이 눌러 모양과 무늬를 내기도 한다.  (요즘에는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회사나 가문의 문양을 넣어주기도 한다) 이런 과자가 인기를 모아 이 지역에서는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과자가 '센베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칸토오지역에서 들어온 찹쌀이나 멥쌀로 만든 과자는 '오카키, 카키모치(おかき, かきもち)'라고 한다.

이 이외의 지역으로도 밀가루나 쌀로 만든 센베이가 퍼져나갔고,  그 지역에서 많이 산출되는 재료를 이용하여  더욱 새로운 맛과 특이한 모양을 가진 센베이를 만들어 어딘가 서민의 맛을 느끼게 하는 '와가시(和菓子)'로 사랑 받게 되었다.  이런 센베이를 슈퍼마켓의 진열대에서 골라 사는 것도 즐겁지만,  가끔은 관광지 가게에서 직접 구워서 파는 것을 구경하며 사는 재미도 좋다.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지만, 큼지막한 크기에 방금 해서 그런지 약간 탄 냄새도 나면서 파삭파삭한 과자를 한 입 씹으면 출출하던 참에 좋은 간식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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