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holland_back.gif

Home

여 행

그밖에..

 

새로운   소바(메밀 국수)  이야기

 

일본의 NHK 방송의 프로 중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상식을 가르쳐 주는 프로가 있는데, 그 이름이 "타메시테 갓텐(ためして ガッテン, 우리말로 하면 '시험해 보고 수긍'이라고나 할까)"이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상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가르쳐 주는데 다 듣고 나면,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 라며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주 소재를 정하면, 이야기할 주제를 몇 개 정하고, 그에 따른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시청자에게 가르쳐 준다.  간단하게 보이는 과정이지만 아주 세세하게, 말이 되게끔 결론을 이끌어낸다.


메밀 꽃 필 무렵.

어느 날 방송된 내용 중의 하나가 "소바(메밀국수)"에 대한 것이었다.   너무나 일본인에게 친숙한 소재로,   누구나 소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모르는 것이 태반이다. 방송되었던 내용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서민이 소바를 먹게 되었던 시기는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7)의 초기부터라고 한다.  이 때는 삶은 소바를 그냥 츠유(つゆ, 가다랭이, 다시마, 버섯, 간장 등을 넣어서 끓여 만든 국수 전용의 간장)에 찍어서 먹기만 했다.  또 하나의 방법인 뜨거운 국물을 부어서 먹는 것은 에도시대 중기인 1700년대라고 한다.


껍질을 까지 않은 메밀
.

소바라고 해도 100% 메밀가루로 만든 것은 아니다.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3할(割, 메밀30%, 밀가루70%), 5할, 8할(메밀80%, 밀가루20%)등으로 나뉜다.  3할의 소바는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서 찰기가 더 생기고 먹는 느낌도 부드럽다.  반대로 8할의 소바는 찰기가 없어서 면발이 잘 끊기고 먹는 느낌도 거칠다. 일본농림규격(JSA규격)에 의하면 시판되는 건조(乾燥) 소바는 3할 이상이면 된다고 한다. 30%만 메밀이 들어있어도 소바는 소바다.  실제로 슈퍼에 가서 소바 제품을 보면 대부분 메밀가루가 몇% 섞여있는지 표기를 해 놓았다. 그 비율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이런 메밀의 비율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노도고시(喉越し, 면발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의 느낌)"이다. 일반적인 밀가루 국수인 소면(そうめん)을 먹을 때는 아주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을 최고로 치는데, 소바의 경우는 부드럽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부드러운 3할의 소바를 찾기도 하고, 거친 느낌의 8할의 소바를 먹기도 한다.
그리고 소위 "소바통(そば通)"이라는 무척이나 소바를 좋아하고 많이 먹는 사람들은 이 소바 특유의 거친 맛을 즐기기 위해 별로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긴다.  어느 식당에서 관찰을 한 결과, 보통의 샐러리맨들은 한 젓가락을 집어먹고 평균 17번 정도를 씹는데 반해서 이들은 4회 정도라고 한다. 거의 그냥 넘긴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막히는 듯하게, 목에 걸리는 듯하게 먹을 때만이 '소바를 제대로 먹는다'라는 느낌을 가진다고 한다. 참 대단한 맛에 대한 집념이다. 3할이던, 8할이던 소면을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먹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대충 씹고 후루룩 넘길 때 소바의 향기가 제대로 느껴진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츠유를 잔뜩 찍어서 먹는데, 이들은 살짝 찍어 먹어야 그 향기가 제대로 느껴진다고 한다. 소바 전문가들의 이야기이니 한번쯤은 그대로 먹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색의 사라시나 소바.

대개 소바를 먹을 때, 조금 검은 색의 소바가 나오면 밀가루보다는 메밀이 더 많이 들어간 '진짜 소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의 흰 소바가 나오면 메밀이 별로 들어가지 않은 '가짜 소바'라고 생각했는데, 이 방송을 보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메밀은 쌀처럼 일단 겉껍질을 벗겨내고 세 단계로 나누어 가루로 만드는데,    제일 가운데 있는 부분은 약한 메밀 향기가 나는 흰색이다.   그 다음의 2,3 단계의 부분은 조금 검은 회색에 메밀 향기가 많이 난다고 한다.

이렇게 분류된 소바는 명칭도 다른데, 거의 흰색의 소바는 "사라시나(更科)"라고 부르며 조금 고급이라고나 할까.    검은 회색의 일반적인 소바는 "이나카(田舍,시골)"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흰색 메밀국수는 별로 볼 수가 없고, 대개 검은 회색 정도이니 일본식으로 친다면 "이나카 소바"만 맛 볼 수 있다.
이렇게 방송에서 다룬 소바를 그 동안 너무 모르고 먹었다. 밀가루로 만든 소면과는 비교하지 말고, 다른 관점에서 맛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도 "메밀, 소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음식에 대한 열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메밀이나, 일본의 메밀이나 다 똑 같은데, 단지 최고의 맛을 추구하는 그런 열정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2000. 11.7)

  

 

  Home   여 행   그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