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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면

 

이국 땅에서 음식의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은 실패를 해도 즐거운 경험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좀 적응하기 힘든 맛도 있다고 들었으나, 별로 어려움 없이 일본의 맛에 접근하게 되었다. 먹성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맛이 신기하기 때문에...   물론 생각보다 음식이 달거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던 음식도 있었으나   그런 경험을 통해   "일본의 맛"이  무엇인지 알아가게 되었다.   이런 음식의 경험 중에서 어쩌면 제일 쉽게 접한 것이 소멘(素麵,そうめん)이다.

처음 아는 사람의 집에서 소면을 먹게 되었을 때 알게 된 새로운 맛! 이보노이토(いぼの絲)의 맛!   우리나라에서 먹을 때만 해도 국수를 끓여 찬물에  헹구어  장국에 말거나  고추장에 비비면  먹기도 전에  면발이 불어서 다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르고 만다.  그래도 원래 국수는 이런가 보다 하고 무심했는데...
물론 일본에도 값싼 제품은 그렇다. 그런데 이 "이보노이토"라는 상표의 국수는 예술이다.  흔히 하는 말로 "둘이 먹다 한 사람이 ?어도 모를 정도"로 그 맛에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소면의 맛이라고 해도 밀가루 맛과 소금 맛이 전부이지만,   이 소면을 먹으면 두 가지 맛 이외에 입 안 전체에서 느끼는 면발의 감촉이 남다르다.


내가 즐겨 사먹던 상급의 이보노이토.

적당히 잘 익은 소면을  일본인들은 츠유(液,つゆ)라는  이런 저런 조미료가 첨가된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데, 츠유 맛은 둘째 치고라도 입 속에 들어간 소면의 그 살아있는 듯한 탱탱함과 부드러움에서 전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란 생각이 안든다.  밀가루의 찰기를 있는 그대로 다 살려서 만들었기에 '퍼진 국수의 맛'이 안난다.
시원한 유리 그릇에 물과 얼음, 소면을 넣고, 츠유에는 와사비(고추냉이 갈은 것)를 살짝 풀어 놓는다.    여기에 건져낸 소면을 찍어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요동치며 미끌 미끌 하게   후루룩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그 더운 여름의 열기가 다 사그라진다.    
그 해 여름을 매일 이 소면을 먹으며 지냈을 정도이니 "물린다"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먹을 적마다 극찬을 하며 먹은 소면의 등급은 "上級"이었는데 어느날  아는 사람에게서 받은  "特級"의 소면은 특급이란 등급이 정말 어울릴 정도로 "上級"과 차이를 보였다.

사진에 보이는 소면은 特級으로 선물용 포장인데 1050g에 3000엔이다. 우리나라의 국수 값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싸지만 먹어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이 소면의 産地는  오사카후 옆에 위치한  兵庫縣 龍野市를 중심으로 한  "이보"라는 강 유역의 농가가 겨울에 부업으로 제조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사업이 아니라 그 지역의 조합이 관리한다.    생산이 되면 조합 검사원이 등급을 결정하며, 전량을 조합의 창고에 넣어두고 전국의 130개 특약점을 통해서 판매한다.

매년 11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 만들어 그 해 여름 경에 출하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특히 히네(古物,ひね)라고 해서 1년간 숙성이 되도록 저장한 후에 출하된 소면이 더욱 맛있다. 이는 면 속의 기름기가 빠지기 때문에 풍미가 좋은 것이다. 어찌 보면 간단한 소면을 너무도 섬세하게 심혈을 기울여 최상의 상품으로 만드는 정성이 거의 예술이다.

그리고 이보노이토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소면이   나라현 사쿠라이시(奈良縣 櫻井市)에서 생산하는  미와(三輪)소멘인데 내 입맛으로는 아무래도 이보노이토가 한 수 위인 것 같다.(2000. 7.29)

*** 참고

살면서 알 게 된 사실인데, 윗 글의 마지막에 나온 "미와 소멘"은 나라현에서 만드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가사키현의 시마바라(長崎縣 島原)라는 곳에서 주문자 상표를 달아서 여지껏 생산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 동네 전체가 소면 공장을 하면서 발전했는데, 2003년부터인가, 제품에 생산지를 꼭 밝혀야 한다는 법이 생기면서 주문이 끊어졌다고 한다.
하긴 일본인들도 아마 여지껏 미와소멘은 나라현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갑자기 나가사키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좀 속은 듯한 생각이 들어서 구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마바라의 소면 공장 동네는 일거리가 없어서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여,

드디어는 자기네 상표로 된 소면을 상품화하기로 하였다.  "시마바라 테노베 소멘(島原 手延 そうめん, 위의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백화점이나 슈퍼를 찾아 다니며 영업을 하는 것이다. 사실 맛이야 여지껏 알던 미와소멘의 맛인데도 이름이 낯설어서 고군분투한다고 한다.

맛은... 글쎄...  그러나 그 만드는 작업 과정을 TV를 통해서 보니, 단순하게 "맛이 있다 없다" 라는 말을 그리 쉽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에 "테노베"라는 말이 있듯이, "손으로 늘였다"라는 뜻인데, 밀가루 덩어리를 반죽해서 비닐에 싸서 여러 번 발로 밟아가며 찰기를 일으킨 후 하룻밤 정도 그냥 두어서 숙성시킨다. 그리고는 커다란 덩어리를 꼭 또아리 모양으로 잘라, 어른 허벅지 굵기 같은 그 마지막 끝을 실뽑는 기계 같은 것(물레)의 한편에 넣는다. 물레가 돌아가면서 처음에는 그리 굵던 덩어리가 엄지 손가락 굵기만하게 된다.
이 것을 긴 나무 젓가락에 양쪽으로 한 40Cm정도 간격을 두고 끊어지지 않게 한 번씩 감는다. 그리고는 적당한 힘을 줘 가면서 면과 면 사이에 다른 젓가락을 넣어 가면서 점점 늘여나가는데... 처음에 허벅지... 손가락... 그런 굵기가 사진에 보이는 얇은 굵기로 변신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기계로 하면 찰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미묘한 손의 힘으로 늘인 면만이 가지는 묘한 찰기... 먹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는 이렇게 정성껏 만든 면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겨울에는 장국에 말아먹지 않고, 그냥 끓는 물에 면을 넣어 익으면 건져 먹는, 이름하여 "지고쿠타키(地獄炊き)"라는 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풋풋한 밀가루 냄새와 약간의 소금 맛... 어쩌면 정말 소면의 편안한 맛인지도 모른다.


밀가루 반죽을 이런 나무통에 넣고 숙성시킴.


반죽 덩어리를 길게 자르고 이런 기계를 통과시켜 앏게함.


얇게 된 면을 긴 두 개의 꼬치에 감는다.
 


면이 감긴 꼬치 사이에 다른 두 개의 꼬치를 살살
넣어 위아래로 벌리면 면이 서서히 늘어난다.


이렇게 가느다랗게 손으로만 늘인 면을 말리고 있다.


다 마른 면을 크기를 가지런히 해서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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