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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풍(韓國風)  식품 (1)

 

다시 일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도착해서 집을 얻기 전까지 약 열흘 간 위클리맨션(weekly mansion, 방이 하나나 둘 정도의 작은 아파트로서 가구, 식기, 전자제품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갖추고 있다)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24시간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처음 물건을 사러 가서 무척이나 신기했던 것이, 소위 "한국풍(韓國風)"의 제품들이 2년 전보다도 많이 늘어나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것이 월드컵의 보이지 않는 힘인가...

왼쪽 위의 라면은 "명동가 갈비 라면"이고 오른쪽은 "돼지고기 김치라면", 가운데는 "돼지고기 김치 볶음 라면"이다. 고춧가루의 매운 맛을 나타내려고 포장도 주로 빨간색으로... 168엔(1700원정도)

가운데는 이름이 "갈비 국밥"이어서 밥이 따로 들어가 있고 뜨거운 물에다가 소스를 넣어 밥을 말면 국밥이 된다. 아주 이상하게 느끼한 맛이다. 포장은 색동 한복처럼 했는데...

오른쪽은 "김치 챠츠케"라고 해서 쉽게 말하면 녹차에다가 밥을 말고 그 위에 김치를 얹어 먹는 것인데 이건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김치도 비슷하게 만들어서 따로 포장이 되어있으니...   혼자 사는 남자들이 술마신 다음날 해장국용으로 먹어도 사원하게 느낄 정도로 그래도 한국의 맛에 근접한 제품이다.  268엔(2700원 정도)

어찌 되었건 한글로도 제품 이름이 쓰여져 있으니 안 사먹어 볼 수가 없었다. 어디서 이렇게 조사를 해서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의 종류와 이름을 알아 왔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것저것 먹어보니... 그럼 그렇지. 일본인들의 입맛이 하루아침에 싹 바뀔 리가 없지. 이름들은 그럴싸하게 지었지만, 맛은 영 한국의 맛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일본의 맛도 아니고.

한 예로 기존에 있던 일본 제품(가다랭이와 다시마 간장 맛의 국물이나, 돼지 뼈를 푹 삶아 곤 라면 국물 등)에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조금 섞어서 만드니 그 매운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쇠고기 국물이나 멸치 국물에 마늘, 파, 고추장 등을 아끼지 않고 팍팍 넣어도 얼큰한 맛이 살까 말까한데... 매운 음식이 거의 없는 일본 음식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정쩡한 맛으로 현지적응을 하는 중이라고나 할까.


한글로 이렇게 크게 닭갈비라고 쓰여있다니 좀 놀라웠다. 사진과 함께 한국산 고추장을 넣어 만든 콘 스낵. 118엔(약1200원 정도)

 제품들의 이름을 보면 일본인들이 한국에 관광을 와서 먹는 음식과 다니는 곳이 대충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동대문 시장, 남대문 시장, 명동 등지의 지명에 김치, 지짐이, 불고기, 갈비, 닭갈비, 비빔밥, 비빔면 등 이런 한정된 것이 그들이 아는 한국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빠르게 일본인들이 외국의 음식을 제품화한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에 집을 구하고 난 후 동네 슈퍼에 진열된 제품들을 찍어 보았다. 한 장 한 장 찍으면서 보니 일본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1996년 오사카에서의 생활이 시작될 무렵에는 "가르비(갈비, カルビ, 그 시점에 불고기와 함께 제일 많이 알려진 말)"라는 말이 적혀진 제품을 그리 쉽게 볼 수가 없었다. 물론 김치는 판매되고 있었다.

1997년도 들어서면서 쇠고기 판매대에서 "가르비"가 보이고 일본 회사가 만든(그 이전에는 조총련계의 회사가 만든 제품만 있었다) 불고기 양념 정도가 판매되었다. 하나 둘 씩 한국풍 제품들이 나타나더니 월드컵이라는 호재를 이용해 식품회사들이 새로운 영역의 시장으로 만들어 10년 불황을 이겨보려고 하는데... 과연 매출이 좋을까... 제품 알리기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


"쵸레기 사라다"      258엔(약 2600원 정도)

"에바라(エバラ)"라는 회사에서 최근 만들어낸 샐러드 드레싱 소스가 있는데 이름이 "쵸레기사라다(チョレギサラダ)"라고 한다. TV 광고의 내용을 보니 아마 우리나라의 "겉절이"를 흉내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며, "겉절이"에서 "절이기"라는 말을 일본식으로 "쵸레기"라고 발음하는 것 같다. 이런 제품을 만들어 무지하게 광고를 해대는데 정말 지겨울 정도이다.

오후에 주로 주부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거의 15분 간격으로 광고 시간이 있고, 그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와 1시간30분 짜리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이 소스 광고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식으로 두 서너 달만 광고가 나가면 주부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이 소스를 선택하리라고 계산을 했겠지만... 일본은 요즘 어려운 시기이다.                            (200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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