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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豆腐)는  두부인데...

 

일본에 처음 가서 제일 부담없이 사 먹을 수 있었던 음식재료가 "두부(豆腐)"이다.   다른 재료들은 요리 방법을 알게 될 때까지 좀 주저주저하며 구경만 했는데 두부는 언제나 쉽게 손이 갔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판매하는 그런 두부만을 늘 먹다가 어느 날 진짜 신기한 두부를 맛보게 되었다. 아니 처음에는 두부인지도 몰랐다. 무슨 스폰지를 썰어서 약간 조린 듯한 음식인데,  맛은 어렴풋이 콩 맛이 나긴 나는데 씹는 맛은 스폰지 수세미 같았다. 입안에서의 감촉이 이상하긴 하지만 담백한 맛에 반해서 주어진 한 접시를 다 먹고 나니   아는 사람이 두부라고 알려주었다.
이제껏 보던 두부와는 다른 이것은 소위 얼려서 건조시킨, 코오리토후(凍り豆腐)이다. 정식 명칭은 이렇지만,  내가 살던 칸사이(關西)지방에서는 코오야토후(高野豆腐)라고도 한다.

즐겨 사먹던 제품이다.

얼려서 건조된 모양 그대로 담겨져 있다.

오사카후(大阪府)의 남쪽에 있는 와카야마현(和歌山縣)의 코오야산(高野山, 참고로 '여행'편에 있는 공동묘지가 많은 곳이다) 근처에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그렇게 부른다.
두부는 기원전 2세기경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는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84)에 들어와 절이나 신사(神社)의 특별한 요리로 정착하였다. 그런데 특히 코오야산에 있는 절에서는 한겨울에 두부를 얼리면서 건조를 시켜 저장식품으로 만들어 왔고, 그 맛이 일반 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언제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영양식품으로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코오야토후는 일반 두부보다 칼슘이 5배, 철분이 7배나 더 많다고 한다.

일반 두부보다는 작지만 영양 덩어리인 코오야토후의 은근한 맛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자주 사서 먹게 되었는데,   그 조리법이 두부의 맛을 더욱 살리는 것 같다. 물론 여러 재료가 들어간 일본식 찌개 요리에도 넣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조리법이래야 간단하게 다시마와 가다랭이(카츠오부시)의 맛이 우러난 국물에 간장을 넣고 조금 조린 것뿐이다.    처음에는 건조된 것이어서 딱딱하지만 국물이 배어 들어가 점점 부드럽게 된다. 이런 일본식으로 하다가 언젠가는 우리나라식으로 마늘, 고춧가루, 파, 간장 등을 넣고 조렸더니 강한 양념 탓에 영 두부의 참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사실 "두부의 참 맛"이라고 해야 "콩 맛"인데, 일본인들은 그 자체로의 담백한 맛을 너무 좋아한다. 같은 콩이어도 생산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코오야토후를 얹은 먹음직스러운 찌개 요리

그래서 그런지  유명한 두부 가게에서는  입구에 꼭 어디(주로 홋카이도 北海道)에서 생산된 콩으로 만든 두부라고 써 놓는다.
두부의 담백한 맛을 즐기기에 좋은 음식에는  유도후(湯豆腐) 히얏코(冷や奴)가 있다.  유도후는 다시마 국물에 두부를 넣고 살짝 끓여서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고, 히얏코는 차게 식힌 연두부를 역시 간장에 찍어 먹는다. 간장도 그냥 간장이 아니라 유자즙을 넣은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처음 먹을 때는 간장 맛이 먼저 느껴지지만, 간장에다가 아주 조금만 담가 먹으면 두부의 맛을 점점 알게 되어 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즐거운 식사가 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두부 위에다가 생강 갈은 것과 잘게 썰은 파를 얹어서 조금씩 같이 먹기도 한다.

시원한 얼음물에 담근 히얏코.

이렇게 콩의 담백한 맛을 살린 두부와 함께 또 하나 신기한 제품이 있다.     

유바(湯葉)라고 하는데,  언젠가 N아줌마와 같이 교토(京都)의 뒷골목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유바를 만드는 가게를 구경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가정집과 같은 건물 1층에 사각형의 통을 길게 늘여놓고, 콩을 갈아 만든 두유(豆乳)를 붓고 약 15-20분 정도 끓이니 그 표면에 얇은 막이 생겼다.   그 것을 대나무 젓가락으로 살짝 건져서 그대로 한 쪽 편에 있는 걸개에 걸어서 말리니 얇고 노오란 유바가 되는 것이었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유바는 소바나 우동에 얹어서 먹기도 하고,

유바 만들기.

건조된 유바를 조금 물에 담가서 부드럽게 한 후에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말아서 먹기도 한다.   그 외 계란찜이나 맑은 장국에 조금 띄우기도...

이렇게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두부의 맛을 알게 되었는데,   나는 사실 오사카에 도착하고 얼마 안되어서 먹은 "어떤 두부"를 한편으로는 더 좋아한다.  도착한 짐을 정리한 후 아는 사람이  동네 쇼핑센타를 구경시켜 준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 나가서 구경을 하였다.    그리고는 어떤 중국요리 음식점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는데,  후식으로 "안닌도후(杏仁豆腐)"(교닌도후라고도 부른다)라는 것이 나온다며 먹어보겠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말아서 바싹 건조시킨 유바.

뭐냐고 물으니 정확히는 대답을 못하고  그냥 두부같은 것이라고 한다.   후식에 왠 두부?  호기심에 먹기로 하고 주문하니 나왔는데... 유리 그릇에 과일 조금과, 마름모꼴의 하얀 젤리 같은 것이 시럽에 담겨져 있었다. 한 입 떠 먹어보니 이런 상큼한 맛이 따로 없었다.  시럽 때문에 약간은 달지만...

그 이후에 먹고 싶은 생각이 나도,    중국음식점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슈퍼에서 상품들을 살펴보다가, 후식류(後食類)를 만드는 제품의 진열대에서 이 이름의 가루 제품을 찾아내었다.   뜨거운 물과 우유를 붓고 차게 식히면 되는 것이었다.

그릇에 담긴 안닌도후

이렇게 간단한 방법의 이 안닌도후는, 원래 중국의 광동성(廣東城) 지역에서 많이 먹는 후식이라고 한다. 살구씨를 갈아서 한천을 녹인 물에 넣고 끓인 후 식히면,   하얀 두부같이 보여서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한다.  중국음식 재료를 파는 곳에 가, 살구씨 가루를 사서 직접 해 먹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은 간편한 인스턴트 제품을 찾게 된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은 살구씨 이외에 다른 향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원래 은은한 향기의 안닌도후 맛을 느낄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더운 여름에 시원한 안닌도후 한 그릇을 먹고 나면 풀어졌던 정신이 되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자주 찾게 되었다.  (2000. 12.11)

안닌도후의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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