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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후죽순(雨後竹筍)을 보다

 

일본에서 살면서, 특히나 유달리 많은 TV의 여행이나 음식 프로를 보면서 그냥 궁금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맛"이다. "맛"이 무었인지... 그런 프로에 나온 리포터들은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오이시이!!!(美味しい)"라고 말하며 호들갑을 떨거나 눈을 지긋이 감으며 음미하는 표정을 최대한 짓는데, 정말 그렇게 맛있을까??? 그러면서 꼭 한 두 번은 나오는 말이 "슌노쇼쿠자이, 슌노아지(旬の食材, 旬の味)"이다. 제철 음식이 절대적으로 맛있다...

제철에 나는 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개인의 입맛이나 가격을 생각하게 되면 꼬박꼬박 "제철 음식"을 해 먹게 되지는 않는다. 그저 TV속의 '맛"을 구경할 뿐...

많은 제철 재료 중, 4월이 되면 여기저기서 죽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해마다 한참을 망설이다 사오곤 했다. 미리 삶아서 진공 포장한 제품이 있는데, 굳이 큰 덩어리를 사서 시간 걸리며 삶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올해도 어김없이 망설이다가 샀다. 한국에서는 봄에 먹는 나물이 있어서 "봄"을 느끼는데, 일본에서는 그런 나물류가 적으니 이것마저 먹지 않으면 '봄"을 잃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겉껍질을 몇 개 벗기고, 쌀겨 가루가 풀은 냄비에 넣어 한 시간 정도 끓이고 그대로 식혀 찬 물에 씻어 잘라 보니, 모양은 딱딱한 대나무 같지만 한입에 물컹 씹힐 정도로 부드럽게 익었다. 쌀겨 덕분인가... 씁쓸한 맛이 아주 살짝만 느껴진다. 이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먹는 것이 제일 좋은데... 그래도 너무 없으면 심심하니... 일본인들은 스미소(酢みそ 식초와 설탕을 넣은 옅은 색의 된장)에 찍어먹기도 한다. 스미소와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도 끝맛이 쌉쓰름하면서도 담백하게 죽순의 봄이 입안에 가득하다.

2005년 봄 어느 시골에서 큼지막한 죽순 두 덩이를 500엔에 샀다. 껍질을 다 벗기기 전에 우선 반을 갈라보니 이렇다. 윗부분의 껍질을 잡고 반으로 자르듯이 하면 아래의 마디 부분과 그 위의 연한 노란 껍질 부분만이 쏙 빠져나온다. 작년에는 전체를 넣어서 삶았지만 올해는 이 부분만 한 시간 정도 삶았다. 아삭아삭한 봄을 또 씹었다.

 2004년, 슈퍼에서 죽순을 파는 샀는데
진열대에는 쌀겨 가루를 세 숟갈 정도 되는
분량으로  비닐봉투에 넣어 그냥 가져가라고 놓아 두었다.
냄비 가득히 물을 넣고 가루를 풀어 끓여야
죽순의 떫은 맛이 빠진다고..
그 외에 작은 빨간 고추를 하나 넣었다.

 

  죽순을 사서 직접 해 먹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이렇게 삶아진 죽순을 사 먹는다. 대개 싼 중국산이 많은데, 죽순이 많이 나는 시기에는 일본산도 좀 비싸게 팔린다.

 옆의 죽순을 갈라보니 아직 마디 부분이 어리다. 이런 것은 죽순이 땅속에 있는 것을 파내어 삶았기 때문이다.

 위 사진의 죽순을 한 시간 정도 끓여 냄비에 담가둔 채 그대로 식혔다. 찬물에 씻어 반을 갈라보니 이렇다. 땅위로 올라온 죽순이어서 벌써 옆으로 겹겹이 된 부분이 많다. 대가 점점 자라면서 한 마디 마디가 되고, 윗 부분은 마디 마디와 붙어 있어
자라면서 겉껍질이 된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앞에는 주인집 소유의 작은 대나무 밭이 있다. 원래 10m도 넘게 크는 대나무밭이 집앞에 있으면 햇빛을 가리지만, 3층 높이의 아파트가 조금 높은 축대 위에 서 있고, 우리 집은 3층이서 발코니에 서면 대나무의 윗부분을 보게 된다. 일년내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보며 지내다 보니 누군가가 말했다. 마치 영화 "와호장룡"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이런 대나무 밭이 4, 5월달에는 왠지 분주하게 보인다. 주인 아저씨가 작은 삽을 들고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죽순을 캐기 때문이다. 아주 어린 죽순은 땅위로 나오기 전에 캐야 제맛이 난다며, 양말만 신은 채 대나무 주위를 살살 밟아보며 발끝으로 흙이 살짝 도톰하게 올라온 부분을 찾는다.

밑에서는 죽순을 캐고 위에서는 잎갈이를 하는 대나무가 있다.  작년 4월, 잎이 하나 둘 누렇게 되기 시작하더니, 하순 경에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우고 돌아오니, 대부분의 대나무가 다 누렇게 변하였고 바람에 잎이 팽이가 돌 듯 뱅글 뱅글 날리었다. 일주일 비웠는데... 마치 갑자기 몇 달이 지나서 가을이 된 것 같았다. 햇살도 가을 햇살 같고... 갑자기 원하지 않는 시간의 탑 위에 얹혀진 느낌이 들어 한동안 붕 뜬 기분이었다.

그래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나무들이 일년에 한 번 4-5월에 잎갈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영 소식이 없다. 어느 한 두 그루만 잎갈이를 하였다. 몇 년에 한 번 새 단장을 하나???

일본의 대나무들은 대개 모소치쿠(孟宗竹)라는 품종으로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땔감으로 쓰거나 죽순을 캐서 팔았는데, 이제는 중국산의 싼 죽순이 수입되어 가격 경쟁에서 졌고, 그 결과 여기저기의 대나무 밭이 황폐화 되었다고 한다. 정말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아주 빽빽히 대나무가 자란 숲이 보인다. 우리 아파트 앞의 대나무 밭은, 주인이 매년 몇 그루씩 전문적으로 조경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불러 돈 주고 잘라가게 하기 때문에 적당한 간격으로 시원하게 대나무가 자란다.

그 사이 사이로 올해도 죽순이 열심히 올라오고 있다. 예전부터 우후죽순이란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그 느낌을 몰랐는데, 매일 대나무 밭을 내려다 보며 감탄을 한다. 어린 죽순에서 잎이 달린 큰 대나무가 되기까지 거의 두 달이 걸리는데 어쩜 그리도 쑥쑥 자라는지... 어느 것은 아침과 저녁의 크기가 다르다. 한 50Cm는 자란 것 같다.

주위의 커다란 나무나 작은 풀포기들에도 공평하게 내리는 하늘의 비를 받아, 열심히 주어진 본성대로 성장하는 죽순. 짧은 기간동안 훌쩍 커 버렸지만, 지금부터 내실을 다지며 그 언젠가 하얀 꽃을 피울 때까지 바람에 흔들리면서, 쉬어가는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전하고 있다.

 2004년 4월20일  비가 온 후 여기 저기서 죽순이
땅위로 약 20Cm정도 나왔다.

 4월23일

 4월28일  6-70Cm는 자란 것 같다.

 5월6일  4월28일까지 찍던 죽순은
너무 자라서 다른 대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나서 잘 보이는 쪽의 것을 보니 1.5m가 넘는다.

 5월10일  처음에 찍던 죽순이 오른쪽 부분인데 3-4m도 훨씬 넘게 큰 것 같다. 밑둥 부분의 껍질이 벗겨지고 있다.

 5월16일  밑에서는 죽순이 쭉쭉 자라 올라오고 있는데
사진 가운데의 어느 한 대는 잎갈이를 하고 있다. 다른 잎들은 진초록색인데 혼자서만 누렇게 지고 있다. 4월 중순부터 5월 한 달 동안 천천히 누래지며 잎들이 다 떨어진다.

 5월26일  열심히 키가 크던 대가 이제는 옆가지를 뻗어내고 있다.

 5월31일  더욱 많이 옆가지가 났다.

5월16일  대나무밭의 전경이다. 새로 올라온 죽순들이 점점 자라면서 껍질을 벗고 있다.

 6월11일  거의 50일동안 열심히 자란 새로운 대나무에 옆가지들이 잘게 많이 뻗어있고 잎들도 나기 시작했다.
오른쪽의 연한 녹색잎의 대나무는 잎갈이를 끝냈다.
가운데의 빛바랜 녹색의 대나무 잎은 작년에 새로 나서 추운 겨울에도 색이 변치 않고 지냈다.

2005년 2월2일.
드디어 이번 겨울 처음으로 나고야에 눈이 5cm 정도 내렸다.

왼쪽 사진은 2005년 2월13일.
주위의 대나무들은 추워도 잎이 초록을 유지하고 있는데, 가운데 좀 누렇게 변한 대나무가 있다.
 이것은 2003년에 새로 올라온 것이다. 어떻게 기억을 하냐 하면,
발코니 바로 앞에서 다른 것보다 더 크게 자랐기 때문에 "눈엣 가시"였다.
다른 나무들처럼 1년에 한 번, 2004년에 잎갈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영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2005년이 시작되니 왠지 잎들이 더 누래지기 시작한다. 아마 잎갈이를 준비하는 것 같다.

오른쪽 사진은 2005년 5월2일.
 누렇게 변한 대나무가 먼저 잎갈이를 시작하느라 누런 잎이 바람만 불면 사방으로 날아간다.
대나무 잎은 그냥 바닥으로 곧장 떨어지기 보다는
가지에 붙어있던 부분이 아래로 향해 축이 되어 팽이가 돌 듯이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져서
한참 바라보노라면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분명 2004년에 잎갈이를  하지 않아서 대나무는 2년에 한 번 잎갈이를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왠걸 옆에 있는 2004년에 새로 올라온 대나무도 잎갈이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대나무 잎갈이는 대나무 마음 내키는대로"이다.

왼쪽은 2005년 5월 23일
 전체 대나무들이 잎갈이가 끝나고 새 잎이 조그맣게 나오고 있는 어느 날,
매년 해 왔듯이 주인이 조경 업체에 부탁을 해서 몇몇 대나무들을 자르고 있다.
올해는 작년처럼 죽순이 올라오지 않아 새로 자라는 것도 없는데 베어내니 횡 하다.
사진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에 딱 하나 올라온 죽순이 있는데 나중에 이것도 잘려 나갔다.

오른쪽은 2005년 5월30일
새 잎이 아직 작아서 숲 건너편의 집들이 다 보인다.

2005년 6월6일
잎갈이가 끝나고 새로운 푸르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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