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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캔  죽  순

 


어느 눈 오던 날 찍은 아파트앞 대나무숲

내가  살던 오사카의  녹지공원 부근에는 여기저기 대나무밭이 있었다.
서울 살면서 거의 보지 못했던 대나무라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아파트 앞에도 조그만 언덕에 대나무가  잔뜩 자라 있어서 매일 보다보니 새로운 맛이 없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대나무 밭 사이로 난 샛길을 지나다 보니   새까만 싹 같은 것이 여기저기 돋아 있었다. "이게 죽순인가 보다!"했는데2-3일후에 다시 보니 커다란 시커먼 말뚝이 되어 있었고  일주일쯤 후에는 시퍼런 왕대나무가 되어있었다.  이렇게 빨리 자랄수가!!!    대나무가 쑥쑥 자란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대단했다.

이 대나무밭은 시에서 관리하는 대나무 밭이었고 매년 봄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어린이회"의 아이들과 함께 죽순캐기 모임이 있어 대나무들을 베어내고 죽순을 캐서는 참가자들이 나누어 갖고는 했다.
동네 수퍼마켓에서는 주로 냉장죽순을 팔고 있었다.  그러나, 매년 봄이면 새로 캔 죽순을 잔뜩 쌓아놓고 파는데 가격(700 - 1,500엔)이 그리 싼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굳이 사먹을 이유가 없었고....   단지,  술집이나 음식점에 가면 죽순요리를 쉽게 먹을 수 있는데, 주로 삶은 죽순에 가츠오부시를 뿌려놓은 것으로 나름대로 맛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무실에 자주 찾아오는 일본사람이 갓 캐온 죽순이라고 쌀겨와 함께큰 봉투로 하나 가득 들고 왔는데   나도 몇 개 얻어 집에 갖고 와 삶아 먹을 기회가 생겼다. 쌀겨를 넣고 삶아야 떫은 맛이 없어진단다.    
집에 와서 이걸 삶아서 가츠오부시를 뿌려 먹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게에서 파는 것과는 전혀 질이 달랐다. 역시 갓 캔 신선한 것이 맛있는가 보다.  이리하여 새로 캔 죽순에 맛을 들인 나는 다음해 봄을 기약하게 되었다.   꼭 캐 먹어야지...  
봄은 다시 왔고 죽순캐기 모임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나는 여기저기 까만 죽순 싹이 돋기 시작하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일단 하나 캐기로 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나는 아무래도 낮에는 넘사스러워 야밤에 랜턴과 모종삽을 들고 주차장 뒤 철망을 넘어갔다.   더 넘사스러운가?
여기저기 살피던 중 제법 큰 놈과 작은 놈 하나를 발견하고는 발로 차서 부러뜨린 후 얼른 뽑아왔다.  누가 본 사람 없나하며  도둑놈 모양으로 눈치를 살피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군침을 삼키며 껍데기를 벗겼다.?.

그러나 두 놈 다 계속 껍데기만 나오다가 끝나버리는 것이었다.    이놈의 죽순은 양파랑 접붙였나?   
결국 죽순  캐기 모임도 다른 일정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갓 캔 죽순의 맛은 기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TV를 보니 교토의 어느 곳에는 죽순 농장이 있어 3,000엔 정도를 내면, 직접 죽순을 캘 수 있고, 캐온 죽순을 바로 요리해 주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캐는 걸 보니 농장주인이 여기 죽순이 있다고 알려주는데  초보자들은 얼핏봐서는 거의 찾아낼 수 없었고, 캘 때도 긴 쇠막대를 땅속으로 깊숙이 쑤셔 넣어 캐고 있었다. 죽순도 아무나 캐는 건 아닌가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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